비 내리는 어느 날 재즈카페에서

2023. 3. 6.♠ 길, 그대 향기 찾아

 

 

거리를 걷다가, 혹은 골목길에 접어들다가 낡았지만 낯설지 않은 아늑한 재즈카페에 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아주 오래된 연인을 만나는 느낌처럼 반가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라도 내리면 파리의 뒷골목 쉘부르 우산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따뜻한 차 한 잔을 탁자에 놓고 차가운 CD에서 흘러나오는 음보다는

약간의 잡음이 섞인 곰팡내 나는 낡은 LP의 흐느낌과 함께 어색하지 않은 모양새로 쭈그리고 앉아,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왜 그리 맛있었는지....

"쥔장, 커피 좀 더 줘요" 하면 두말없이 머그잔 가득히 채워주던 후한 인심도 매력적이다
가끔은 통기타 생음악에 흘러간 '조앤 바에즈(Joan Baez)'의 '방랑자(Poor Wayfaring Stranger)'가

실내를 가득 채울 때, 감동은 배가된다

재즈는 그 자체가 영혼의 울림이다

인간의 고뇌와 비애가 리듬을 타고 공기를 가르며 귓속으로 파고든다
트럼펫과 피아노의 절묘한 조화는 서로 공감대를 이루며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데
어쩌면, 다른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재즈의 독특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 진하지 않은 커피와 함께 해보는 재즈와의 만남은 비 내리는 어느 날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아주 오래된 연인을 만나는 설렘처럼,

밖에는 비가 내린다
재즈에 녹아든 커피 향 담긴 꽃비가...

 
-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