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3.ㆍ♤ 文學
세상에 영원함이란 없다!
지구 대재앙이라는 거창한 과정과 타이틀을 접어두고라도 이야기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시작된 지진으로 생긴 화재로부터 시작된다
이 영화는 좀, 잔인한 몇 장면이 있지만 사실 과장이 아닌 현실로 본다면
이것보다 더할 것이 진화한 인간세계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사흘만 굶겨놓으면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먹을거리로 보이며
살아남은 자끼리 살육이 자행되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
물론 먹어야 산다고 표현한다면 혹, 어느 유식한 문장가는 나를 욕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정신을 배부르게 하는 것이 책을 본다고, 논문만 주절주절 쓴다 해서 배가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인간이든, 짐승이든, 먹어야 산다
그것이 인간이면서 짐승인 서글픈 인간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존의 비밀이다
배고프면 인간은 무엇이든 찾게 되고, 무엇이든 먹어치운다
설령, 그 먹을거리가 인간일지라도...
이 영화는 Cormac McCarthy (1933-) 원작 소설, 'The Road'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사실, 지구가 언제까지 굴러갈 것인가는 현대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점을 볼 때,
살아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며 매사에 불평불만 하지 말고 살아야 할 일이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지구 곳곳에서는 수많은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를 키우면 얼마나 키울 것이며,
고요하고 맑게 흐르는 강물을 막아 똥물로 만들어놓고 유람선이 다니면 뭐 할 것인가?
자연 그대로 놔둬도 시원찮을 이 좁은 국토를 훼손하여 오늘 잘살고, 내일 죽으면 원이 없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현대문명이 사라진다면, 모든 것은 구석기시대로 돌아간다
다시 원시시대가 시작될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한, 적어도 인류의 생존자가 있을 때, 가능할 일이다
자연은 그 자체가 세상을 지켜주고 있는데, 인류는 자연에 상처만 안겨준다
그 결과물이 '지진'이요, '쓰나미'인 것을 왜 모르는가?
자!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사람이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1.2.3.'에서 '아라곤'의 용사로 활약한 'viggo mortensen'이다
난 이 사람만 보면 '브루스 윌리스', '해리슨 포드'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것은 어쩌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피범벅으로 죽음을 운명처럼 안고 다니는 공통점에 있다
사람들은 그 점에 환호를 보낸다
남자이고 여자이고 간에 눈물을 흘리면서 열광의 도가니로 빠진다
그것이 영화의 마력이지만, 한편으로 아쉽다면, 영화에 삽입된 작가의 진실을 외면하고 그냥 흘려버린다는 것이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망각'이라는 축복이다
잊어버린다는 것, 참! 멋진 선물임이 틀림없다
아마, 이 작품을 써 내려간 Cormac McCarthy는 그것을 생각하고 자기가 겪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지금 칠순인 그가 세상에 내놓은 열 번째 작품 '더 로드'는 자신의 아홉 살배기 어린 아들과 여행을 했는데
낯선 모텔에서 자던 중, 문득,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돌아보게 되었고
갈수록 위험한 지구의 현실 속을 살아갈 아들을 생각했을 때, 영감을 얻었다 한다
그의 소설은 한 마디로 '단테'의 '신곡'에서처럼 무시무시한 지옥을 여행하듯,
아버지와 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지구재앙으로 처참히 망가진 지옥 같은 지구에 남아있을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도록 만든다
잿빛으로 변해버린 황폐하고 추운 음산한 겨울을 피하고자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 '코디 스미스 멕피'와
따뜻한 남쪽으로 목숨을 건 여행을 하는데 세상은 음식물의 고갈로 굶주림에 지쳐,
미친 식인종화 돼버린 인간 사냥꾼들이 곳곳에 숨어 아버지와 아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감독 : 존 힐코트
출연 : 비고 모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원제 : The Road
원작 : 코맥 매카시 (Cormac McCarthy)
과연 유토피아는 있는 것인가?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두 사람밖에 없다는 공포감이 영화의 곳곳에 잠재해 있었다
공포와 배고픔에 지친 아들을 달래면서 아버지는 말한다
"우리가 사는 게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니"
남쪽으로 가던 중, 추위를 피해 폐허에 들어갔지만, 그곳에는 인간 사냥꾼들이 사람을 생포해 먹잇감으로 살육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 황급히 도망을 친 그들의 여행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낯선 외로움과 공포감이 팽배한 영화의 한 장면...
목숨을 건 여행 중, 외딴집에서 숨겨놓은 비상식량 창고를 발견한 그들은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은은한 촛불 아래에서 만찬을 먹는다
얼마나 굶었을까?
거울 속에 비친 야윈 얼굴을 보고, 아들과 아버지는 거울을 외면하고 그곳에서 잠깐 머문다
그러나 밤에 잠을 자다가 개 짖는 소리에 잠을 깬 아버지는 위험이 다가옴을 느끼고,
단잠에 빠진 어린 아들을 깨워 작은 수레에 비상식량을 챙겨 그곳을 나와 남쪽으로 향하는 고행을 시작하는데....
인간성을 상실한 식인종이 우글대는 세상에, 작가는 메마른 땅에서 꽃을 피우듯 '인간애'를 작품 속에 넣었다
아흔이 넘은 노인이 앞에서 힘든 걸음걸이로 걷고 있음을 두 사람은 목격한다
불쌍한 노인에게 아들은 먹을 것을 나눠주자고 하지만, 아버지는 거절한다
그러나 아들의 끈질긴 호소로 먹을 것을 주는데 그걸 먹을 힘조차 없는 노인은 땅바닥에 쓰러진다
"할아버지? 우리와 함께 가요"
"너는 천사이구나"
그렇게 얼마쯤 가다가 노인은 죽음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두 사람에게 자기를 두고 갈 것을 말한 뒤,
자신의 길을 쓸쓸히 떠난다
천신만고 끝에 남쪽에 도착했지만, 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이들을 가로막는다
거기다 잠든 아들을 두고 부서진 낯선 배에 다녀오니 누군가가 식량과 귀중한 옷, 신발을 훔쳐 달아난 것을 보고
둘은 도둑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다시 뺏는다
왜? 살기 위해...?
참! 인간의 비참한 뒷모습이 아닌가
작가는 인간의 추잡한 모습까지도 암시했는데 살려면 강해져야 하며,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아버지를 통해 아들에게 보여준다
작가는 갑자기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다
아버지는 죽어가고 있었다
폐병에 걸려 심한 기침과 함께 검붉은 피를 토하며 죽음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갈 길을 서둘지만,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없다
어린 자식을 인도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인간의 숙명인 죽음이 다가왔다
밤새워 기침과 피를 토하던 아버지는 철없는 아들에게 엄숙하게 이야기한다
"이제 나는 가야 해"
"아빠! 그럼 나는 어떻게 하죠?"
"... 계속, 계속 남쪽을 향해서 가렴"
아직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 자식에게 남긴 남쪽으로 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사랑이 담긴 메시지,
어쩌면, 죽어서라도 아들을 지키겠다는 자식사랑의 굳건함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슬픈 새벽이 올 무렵, 아버지는 싸늘한 죽음을 맞이한다
어린 자식을 두고 가야 가는 것이 한이 되어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아들은 흐느끼며 아버지의 품을 떠나지 않고 맴돌지만, 이제 이 세상에는 자기 혼자라는 것을 깨닫고 길을 떠난다
바닷가를 걸어가며 울고 있을 때, 저편에서 누군가가 총을 들고 걸어온다
아이는 아버지가 남긴 권총을 겨누며 경계를 하지만 남자는 부드럽게 말한다
"너와 아버지를 줄곧 따라왔어, 나하고 같이 가자꾸나"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닌가요?"
"나도 너 같은 아들과 딸이 있단다"
뒤에는 그의 아내와 아들, 딸, 그리고 강아지가 보고 있었다
여인이 말한다
"너를 만난 것이 행운이야, 걱정 말고 우리와 같이 가자"
그렇게 영화의 끝은 아무런 희망도 유토피아도 없이 독자의 상상에 맡긴 채, 종료된다
....................................................................................................................
나름대로 흥미롭게 감상한 영화였지만, 절망도 없으며, 희망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고 듣는 귀하가 느끼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중요함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인위적인 환경파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문제가 아닐까?
P.S: 이 리뷰는 2010년 9월 8일 네이버에서 한참 포스팅 할 때 올린 건데,
너무 인상 깊은 영화여서 이곳 티스토리로 옮겨온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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