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東海)에서

2022. 12. 6.♠ 길, 그대 향기 찾아

 

 

 

하루 길을 가다가도 알 수 없는 인연을 수없이 접하게 된다
바람에 춤추는 갈대밭의 풍경은 오고 가는 사람의 인파를 닮았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동해의 아침은 빛나건만,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파도소리에 묻혀버린다
기지개를 한번 켰다
그리고 소리쳤다

"동해야? 내가 왔다
인간, 이호영이가 왔다"

그러나 바다는 묵묵히 말이 없다
그래서 나는 다시 소리친다

"동해야?
나는 너에게 내 마음의 모든 것을 버리러 왔다
나의 외침을 받아다오"

바다가 대답했다

"그래! 다 버리되, 네 영혼은 버리지 말라고..."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 고민을 가슴에 숨기고 살아간다
어쩌면 거머리처럼 엉겨 붙은 삶의 찌꺼기를...

그리고 더 이상 담을 수 없는 포화상태가 되면, 몽땅 바다에 묻어버린다
그런 이유로 바다에 가면 묻어버린 영혼의 잔재들이 허공에 가득하다

거친 파도를 타고 거침없이 달려오는 포세이돈의 모습이 보인다
바다는 하늘의 거센 진노를 감싸 안아주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같다

자유...!

자유는 속박을 버릴 때 더욱 빛난다
자유는 바람 속의 먼지 같은 인간의 삶을 기름지게 하는 원동력이다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바다는
하늘빛을 닮아 옥빛으로 빛난다

그리고 삐죽 고개를 내민 개구쟁이 같은 태양과 함께 활짝 웃는다
그 모습이 곱고 씩씩해 넋 놓고 바라보는 순간,
나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자유를 느낀다!

사람이 바다를 찾는 이유는 바로 고민을 묻어버릴 수 있다는 자유였다
그러한 이유로 바다엔 사계(四季)가 없다 

 

-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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